나의 이야기

총에 맞아 죽을 뻔한 사건

하지강 2013. 10. 4. 00:00
    서울 제기동에서 하숙 할 때였습니다. 큰방은 종훈이와 종왕이가 부엌방에는 승환이와 내가 쓰고 있었습니다. 종훈이는 사흘을 세수 하지 않아도 매일하는 나보다 깨끗했고 게으르기가 나 보다 더 해 이불은 에스키모인의 이글루처럼 해 놓고 들어갔다 나왔다 했습니다. 너무 깨끗해서인지 하늘나라로 일찍 불려갔지 않나 생각 됩니다. 종왕이는 지독한 승부사의 기질이 있어 노름에서 종왕이의 돈을 딴 친구는 잘 없지 싶습니다. 이 친구 검사 생활 할 때 자주 우리들은 종왕이 한테 사건 걸린 놈은 불쌍하다 하였습니다. 그러면서도 친구들 한테는 인정 많고 의리 있는 친구입니다. 제기동 하숙집 할매가 얼마나 구두쇠인지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국수나 먹이고 비싼 하숙비에 비해 대우는 형편이 없었습니다. 하루는 술을 먹고 수도 옆 하수구에 오줌을 누다 하숙집 주인 할매한테 들켰는데 다음날 친구들을 모아 놓고는 큰오빠(나의 호칭) 좀 닮으라고... 화장실 푸는 값 많이 나온다고 하수구에 오줌을 싼 나를 오히려 칭찬하는 것이었습니다. 문간방에는 보안대 대위가 하숙하고 있었습니다. 이 양반 혈기방정한 우리들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주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와서는 우리를 꿈틀되게 하는 소리를 들려주어서 미운털이 박혀 있었습니다. 하루는 그 보안대 대위가 출근하고 그의 여친이 마루에 나와서 우리와 함께 과자를 나누어 먹다가 나와 눈이 맞아 밖에서 데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. 두 번 정도 데이트 한 기억인데 한번은 밤 한시가 넘어 시차를 두고 따로 하숙집으로 돌아 왔습니다. 그날 밤 문간방에서는 대판 싸우는 소리가 났고 나는 곤히 잠에 빠져 그 다음날 그가 권총을 빼들고 우리 방에 들어오는 것도 몰랐습니다. 깨어 있었든 승환이의 말을 빌리자면 자고 있는 나를 한참 꼬나보다가 상기된 얼굴로 나갔다는 이야기입니다. 물론 그 전날 밤 사연을 아는 우리 친구는 그 순간 핏기 없는 얼굴로 노랑 오줌을 쌌겠지요. 그 때 내가 깨어 있었다면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요? 친구의 말로는 처량한 재수생이 불쌍해서 봐 주었지 않나 했습니다. 나 혼자 재수생이고 나머지 모두 서울대생 인데 설마 그렇게 했겠습니까? 몇 일후 그 보안대 대위는 이사를 가게 되고 파주에서 미장원 한다는 예쁜 그 연상의 여인도 그 이후 보지를 못 했습니다. 친구한테 호작질 하지 않고 공부만 하겠다는 약속도 못 지키고 죄 없는 우리 친구에게 권총의 위엄을 맛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. “니 임마! 총에 맞아 죽을 뻔 했다. 아나...” 덜 깬 잠에 그랬다니 그런가 하고 지금까지 멀뚱하게 총 맞아 죽을 뻔한 이야기를 전합니다.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※ 아래 친구 사진은 앞에 ‘세시봉과 나의 안 좋은 추억‘ 이야기에서 보셨지요. 그 때 권총을 보고 너무 놀라서 지금 머리털이 이런가 하고... 미안해서... 쩝..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