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서울 제기동에서 하숙 할 때였습니다.
큰방은 종훈이와 종왕이가 부엌방에는
승환이와 내가 쓰고 있었습니다.
종훈이는 사흘을 세수 하지 않아도
매일하는 나보다 깨끗했고 게으르기가
나 보다 더 해 이불은 에스키모인의
이글루처럼 해 놓고 들어갔다 나왔다
했습니다. 너무 깨끗해서인지 하늘나라로
일찍 불려갔지 않나 생각 됩니다.
종왕이는 지독한 승부사의 기질이 있어
노름에서 종왕이의 돈을 딴 친구는
잘 없지 싶습니다. 이 친구 검사 생활 할 때
자주 우리들은 종왕이 한테 사건 걸린 놈은
불쌍하다 하였습니다.
그러면서도 친구들 한테는
인정 많고 의리 있는 친구입니다.
제기동 하숙집 할매가 얼마나 구두쇠인지
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국수나 먹이고
비싼 하숙비에 비해 대우는 형편이 없었습니다.
하루는 술을 먹고 수도 옆 하수구에 오줌을 누다
하숙집 주인 할매한테 들켰는데 다음날 친구들을
모아 놓고는 큰오빠(나의 호칭) 좀 닮으라고...
화장실 푸는 값 많이 나온다고 하수구에 오줌을 싼
나를 오히려 칭찬하는 것이었습니다.
문간방에는 보안대 대위가 하숙하고 있었습니다.
이 양반 혈기방정한 우리들 입장은 생각하지도 않고
자주 여자 친구를 데리고 와서는 우리를 꿈틀되게
하는 소리를 들려주어서 미운털이 박혀 있었습니다.
하루는 그 보안대 대위가 출근하고 그의 여친이
마루에 나와서 우리와 함께 과자를 나누어 먹다가
나와 눈이 맞아 밖에서 데이트를 하게 되었습니다.
두 번 정도 데이트 한 기억인데 한번은 밤 한시가
넘어 시차를 두고 따로 하숙집으로 돌아 왔습니다.
그날 밤 문간방에서는 대판 싸우는 소리가 났고
나는 곤히 잠에 빠져 그 다음날 그가 권총을
빼들고 우리 방에 들어오는 것도 몰랐습니다.
깨어 있었든 승환이의 말을 빌리자면
자고 있는 나를 한참 꼬나보다가
상기된 얼굴로 나갔다는 이야기입니다.
물론 그 전날 밤 사연을 아는 우리 친구는
그 순간 핏기 없는 얼굴로 노랑 오줌을 쌌겠지요.
그 때 내가 깨어 있었다면
어떤 상황이 벌어졌을까요?
친구의 말로는 처량한 재수생이
불쌍해서 봐 주었지 않나 했습니다.
나 혼자 재수생이고 나머지 모두
서울대생 인데 설마 그렇게 했겠습니까?
몇 일후 그 보안대 대위는 이사를 가게 되고
파주에서 미장원 한다는 예쁜 그 연상의 여인도
그 이후 보지를 못 했습니다.
친구한테 호작질 하지 않고 공부만 하겠다는
약속도 못 지키고 죄 없는 우리 친구에게
권총의 위엄을 맛 보여준 사건이었습니다.
“니 임마! 총에 맞아 죽을 뻔 했다. 아나...”
덜 깬 잠에 그랬다니 그런가 하고
지금까지 멀뚱하게
총 맞아 죽을 뻔한 이야기를 전합니다.
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※
아래 친구 사진은 앞에
‘세시봉과 나의 안 좋은 추억‘
이야기에서 보셨지요.
그 때 권총을 보고 너무 놀라서
지금 머리털이 이런가 하고...
미안해서... 쩝.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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