나의 이야기

송하문동자(松下問童子) 작품 이야기

하지강 2013. 10. 23. 00:08

창수가 이시아 폴리스 사장으로 대구에 와 있었을 때
나의 글방 가까이에 사무실이 있었서 우리는 
글방 바로 앞 골목 안에 있는 착한가격 식당에서 
삼천원 하는 점심을 자주 같이 먹곤 했습니다.
창수는 참으로 품위가 있고 젠틀한 친구입니다.
하루는 사장 임기가 끝나고 내 방에 와서는
안주머니에서 돈 한 다발을 꺼내 주었습니다.
직원들이 전별금으로 주었다면서 마누라 
모르는 돈이니 그 동안 봐 왔던 나의 작품 중에
松下問童子(송하문동자)를 가져가도 되겠는가? 
하였습니다. 
작품 보는 안목도 놀라웠지만 
바로 그 날 아침에 마누라가 또 다시 
여행을 가고 싶다고 졸라 됐습니다.
그러나 봄에 갔다 온지 얼마 되지 않아 
경비가 좀 부족 하여 포기 하라 하였습니다.
창수가 가지고 온 돈은 딱 부족한 만큼  
가져 왔기 때문에 나는 더욱 놀랐습니다.
사랑이 담긴 일에는 일치감으로 해결되는
오묘한 힘을 느끼는 일이었습니다.
그러나 창수는 그 사연을 모르잖습니까?
“너 어떻게 알고 딱 맞추어 같고 왔노...”
하고는 아침에 마누라와 여행에 관한 대화를 
이야기 해 주었습니다.
이 작품은 미학에 일가견 있는 친구도 은근히
침 흘린 작품이고 그 동안 작업과는 달리 
이 시에 나오는 동자처럼 여리고 조금은 
치졸하게 써 본 내가 아끼는 작품이었지만 
흔쾌히 그리고 여행 떠나게 해주어 감사한 
마음으로 창수에게 주었습니다.
물론 그 후 마누라와 함께 즐거이
여행을 떠날 수 있었습니다.
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 ※


심은자불우(尋隱者不遇)
松下問童子(송하문동자)
言師採藥去(언사채약거)
只在此山中(지재차산중)
雲深不知處(운심부지처)
소나무 아래에서 동자에게 물으니
대답하기를, 
"스승님은 약초를 캐러 가셨습니다.
다만 이 산속에 계시기는 하나 
구름이 깊어 어느 곳에 계신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"
라고 말하네
근현대 중국화가 부유(溥儒)의 
<송하문동자(松下問童子)> (1942年作)
당나라 시인 '가도(賈島,779~843)'의 시로  
원제목은 '심은자불우(尋隱者不遇)'입니다.  
승려생활도 한 적 있는 노력파 시인 가도의 명작입니다. 
깊은 산에 기거하는 은자를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고 
돌아온 추억을 오언절구로 노래한 시인데, 
"지재차산중 운심부지처"
라는 구절 때문에 천고의 절창이 되었습니다. 
벗을 만나지 못한 편이 오히려 잘 되었지요... 

※ 오늘은 결혼 기념일이라 이 글 올리고 
   저녁 비행기로 구채구로 여행 떠납니다.